얼마전 120d를 몰아볼 시간이 있었다. 두번째다. 전에는 120d쿠페, 이번엔 120d 해치백. 안타깝게도 기대와 흥분에 차서 탔던 아름다운 120d쿠페의 느낌이 기억이 전혀 안나는 문제가 있어서 이번엔 좀 적어둘 필요를 느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국산차와 독일차의 차이는 많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부분임에 틀림없다. 그리 길지않은 시승이었지만 그것에 대해 어느정도 답을 얻을수 있는 시간이었다.
120d가 어떤차인가 하면 명실공히 bmw에서 제일 싼 차에 속한다. 크기는 엑센트 수준인데 가격은 그랜저 풀옵션이랑 비슷하다. 소위 차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라는게 그렇다. 같은 크기의 차에 2배 이상의 가격이 매겨있는 것이다. 그 값어치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르게 쳐주기 때문에 ‘국산차랑 차이 없더라’ 또는 ‘난 외제차 좋은거 못느끼겠다’ 같은 반응도 심심찮게 있다. 과연 그럴까?
사실 처음에 동승자는 인테리어 빼고는 엑센트랑 딱히 차이를 못느낄수도 있다. 알록달록한 bmw마크가 차에 올라탈때에 당신의 기대감을 한껏 키웠다면 말이다. 특히 뒷좌석은 시트폴딩기능 때문인지 등받이가 가파르고 자리가 좁아서 그냥 불편한 차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을지도. 소형차라는걸 생각해볼때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거기에는 더 공간이 좁아지는 후륜구동 방식이라는게 한몫 더한다. 소형급+후륜구동이 이 차의 가장큰 특이점이고 정체성이다.
대부분 우리가 보는 차는 전륜구동으로 앞바퀴를 굴리면서 간다. 120d는 후륜구동으로 뒷바퀴를 굴린다. 전륜구동은 실내공간,유지비 등 실용적인쪽에서 이점이 크고 후륜구동은 핸들링, 가속, 승차감등 차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이점이 있다. 모든 고급,고출력 차량들이 기본 후륜구동이거나 4륜구동인 이유이다. 다소 간략히 적었지만 자세히 알면 알수록 조금이라도 제대로된 차를 원한다면 전륜구동은 아무 의미가 없는걸 알게되고 bmw 1시리즈가 소형사이즈에 후륜구동이 더해진 거의 유일한 차라는걸 알수있다. 참고로 얼마전까지만해도 bmw는 모든 차가 후륜이었다.
후륜구동과 잘 짜여진 섀시가 주는 결과는 명확하다. 동승자가 즉각 시시함을 느꼇다면 운전자는 즉각 신선함을 느낀다. 차선변경 한번에 어떤 국산차에서도 느낄수없는 핸들링이 느껴지는데 왜 흔히 좋은 핸들링을 ‘칼같다’ 라고 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됬다. 핸들을 돌린만큼 차가 정확히 그곳으로 돌아서 나아가는 느낌을 준다. 차가 갈 방향을 가리키는것 같다. 높은 수준의 핸들링느낌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표현이 있다. 예를들어 BBC탑기어에 James May는 페라리458의 핸들링을 바삭하다(crisp)라고 했는데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될듯 말듯 하다. Amg GTs는 콤파스가 깔끔하게 원을 그리는듯한 느낌이라던지 말이다. 여튼 그런 핸들링이 시종일관 운전을 즐겁게 만들고 차는 안정감을 더한다. 난 이부분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짐작할수 있었는데 차는 원래 직진할때가 기본 상태라고 한다면 핸들을 돌리면서 그 밸런스와 안정감이 떨어지게 되고 불안한 상태로 내몰리게 된다. 운전자가 핸들을 갑자기 돌려서 불안감이 엄슴하는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거다. 120d는 그런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고 더이상 코너를 도는게 무언가를 포기한다던지 어떤부분을 손해본다던지 하는게 아닌것이다. 좋은 차일수록 멈춰있을때보다 달릴때가 더 자연스러워야 하고 코너를 도는것이 직진을 하는것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는 가만히 있고 배경이 움직이는듯한 느낌으로 가는거다. 흔히 고급차에 붙이는 '미끄러지듯 간다' 라는 표현도 그렇다. 그만큼 차가 굴러가는것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이질감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2리터 184마력 디젤엔진은 빠른 토크분출로 일상 운전에서 출력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일절 없게 해준다. 차가 내 마음대로 움직여준다. 거기에 같이 콤비를 맞추는 8단 자동변속기는 버벅임이 없고 연비가 좋아서 경차보다 훨씬 기름값을 적게쓸수 있다. 한번의 5만원 주유에 800km를 달린다. 요즘 기준으론 당연하지만 여전히 놀랍다.
동승자로 돌아가보면 승차감에서 별거없는 시시함을 느낄때쯤 세세한 차이점을 알아챌수 있는데 창문위의 손잡이, 빠른 시트열선, 버튼의느낌, 자동에어컨의성능, 실내조명등등 무수히 많은 곳에서 국산차에도 같은것이 있지만 더 세련된 방식으로 작동하는것을 알아챌수 있다. 물론 그런 눈에 보이는것들보다 왠지 사고시에 더 잘 터져줄것만 같은 에어백과, 충격으로부터 잘 지켜줄것만 같은 철판과 문짝이 마음을 안정시키는게 진짜 차이점일 것이다.
결국 처음의 궁금증으로 돌아갈때 독일차는 비싼만큼 좋았다. 그정도까지 좋을필요가 있냐는 의미없는 지적을 진지하게 하는 사람은 아마 평소 소소한 일상에서도 돈을 행복으로 바꿀줄 모를것 같다. 언제나 그렇지만 원래 뭐든지 제대로 만든 것들은 비싸고 흥미롭다.
아 그리고 하위버전인 118d는 그린카나 소카같은거에서도 빌릴수 있다. 120d에 비해 출력이 낮고 만26세 이상만 예약이 가능한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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