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줄곧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집에 처음 온 286 컴퓨터부터 펜티엄3-셀러론-코어2듀오에 이르기까지. 학교 졸업장 하나마다 한번씩의 주기로 바꿔오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를 사용하지만 컴퓨터자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난 왜 컴퓨터에 관심을 가졌는가 라는 질문을 생각해볼때, 컴퓨터가 우리의 삶을 편하게 해줄거란 믿음이 있었던것같다. 물론 지금으로서 꼬꼬마였던 나를 돌이켜보면 말이다. 당시엔 그저 신기하고 비싼 장난감이었을뿐. 중학생쯤부터 내 관심은 이런 컴퓨터를 공간에 제약없이 쓰고싶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욕구에 대한 솔루션은 물론 노트북이었다. 컴퓨터의 본질은 기능의 철저히 기능의 제공이지 데스크톱의 공간차지나 과도한 발열, 느린 속도에 의한 기다림 같은건 결코 아니다. 그래서 내 로망은 샤프 PC-CV50F(W)라는 미니노트북이었는데 당시 가장 휴대가 편한 노트북이었다. (당시엔 '넷북'이라는 단어가 없었다,http://youjustdo.tistory.com/73)  또한 컴퓨터가 가진 속성중에 커다란 부분중 하나는 '느림'이었다. 컴퓨터는 그 어떤 물건보다 수치적으로 빠르게 향상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항상 느렸다. 그래서 새로운 컴퓨터로 바꿀때마다 속도 향상에 가장 신경을 썼고 그걸로 인해 생기는 만족감이 가장 두드러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구입한 데스크톱은 조립PC였으며  대학교에 입학할때였다. 그리고 고성능 노트북을 구입하게 된다.  이때가 마침 2011년이었고 지금도 컴퓨터역사의 챕터가 바뀌는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샌디브리지칩이 나온 때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적으로 컴퓨터가 충분히 빨라지고 효율적이 되서 더이상 왠만한 작업에 더이상 속도의 부족을 느끼지 못하게 된것이다. 약간의 혼란이었다. 컴퓨터는 빠르면 그만인줄알고 샀는데 그 감흥은 거기까지였다. 그렇게 난 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뭔가 잘 모르지만 좋을것같고 정답을 갖고있을듯한 느낌. 난 다소 비합리적이지만 항상 내 목적에 부합하는 최적화를 이루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잦은 기변을 했다. 그렇게 맥-윈도-맥-윈도-맥이라는 3번의 시도를 거쳐 안착했다. 맥북의 모든 라인업을 전부 체험해본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논리적인 해답은 맥북의 스테디셀러인 레티나13인치 였고 잘 썼다. 하지만 모종의 갈증 끝에 에어11인치를 사용중이다. 왜 맥북에어인가? 난 컴퓨터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제품이라고 느꼈다. 소프트웨어던 하드웨어던 윈도와는 근본적으로 약간 다른 시작점과 지향점이 있다는점,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좀더 나아진 느낌을 받는다는것이다.


결국 맥을 쓴다는 것은 기기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용자가 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유도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애플의 기술 혁신을 즐길 수 있고요. 혁신에 따른 사용자의 부담이 없지는 않겠지만, 
기존 기기에서도 그 혁신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사용자는 그렇게 배려됩니다. 
-doccho.net


이 모든게 가능한건 누가 뭐래도 인텔의 명작 하스웰프로세서 덕분이다. 만일 이정도의 저전력으로 이정도 성능이 나오지 않았다면 컴퓨터의 본질이고 뭐고 실사용에 지장이 왔을테지만 다행히 지금의 나에게 에어는 충분히 빠르다. 물론 액정은 좋지않다. 시대착오적으로 말이 안되는 품질이다.  언젠가 합정역 카페에서 맥북에어를 재구매했을때 알아챈것은 에어가 주는 느낌이 디자인도 크게 한몫 한다는점이다. 바닥에 놓았을 때 에어의 느낌은 착 가라앉아 테이블과 붙어있는 느낌.  뭔가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운것과 마주하는것이 아닌 테이블과 키보드의 약간의 공간 사이에 내가 알던 컴퓨터의 모든것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생각할때 내가 처음 가졌던 펜티엄3시스템의 모습부터 주마등처럼 스쳐가게 한다.  물론 더 얇고 가볍고 빠른 노트북이 많다는 의견이 있을수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맥북을 쓰는 이유는 OSX때문일 것이다.

‘컴퓨터를 쓴다’는 건 그동안 공부를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아이콘을 찾아가서 마우스로 ‘더블 클릭’을 해야 하는 일이었죠. 그것으로 끝났으면 했지만, 우리가 들고 있는 컴퓨터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읽기도 힘든 한국어같지 않은 한국어가 프로그램을 설치하라고 강요하고, 시키는대로 하다보면 어느 날 바이러스에 감염돼 작동하지 않아 서비스센터 직원을 불러야하고, 드라이버를 설치하라거나, dll 파일이 없어졌다거나, 얘기치 않은 오류가 발생했다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우리를 괴롭혔죠. 해결 방법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켜고 끄는 데 시간은 왜 이리 오래 걸리는지. 컴퓨터는 왜 밥솥이나 믹서기처럼 전원버튼을 누르면 켜지고 전원버튼을 누르면 꺼지는 게 아니라 마우스로 여기저기 클릭해야만 하는지 등등…
...OS X는 이 모든것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부팅할 필요는 없게 됬구요. 
-interpiler.com



-맥북에어의 내부를 설명하는 스티브잡스


그렇다면 누군가가 신형 맥북은 어떠시냐 하고 물어온다면 솔직히 정말 매력적이라고 인정한다. 미래에서 온 확장성이 기변을 주저하게 하지만 액정,힌지,스피커등이 애플의 최신작이라는걸 충분히 말해준다. 여튼 당분간은 바꿀일이 없을것같다. 얼마전 나온요란한 서피스북이 종종 아른거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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