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사

2016. 5. 2. 00:49 from 내글

 추도사(프로토타입) 

2016/5/1 새벽
부모님에 대해 생각한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성인이 되고 대학에 갔을 무렵. 난 이유없이 아빠가 굉장히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엄마한테 그렇게 말했다. “엄마, 아빠는 되게 성공한 사람인것같아” 그러나 생각은 점점 바뀌어 지금은 그렇지 않다. 생각해본적 있는가? 그냥 엄마 아빠 동생이 아니고 인격대 인격으로서 말이다. 나의 가족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본 그사람의 모습을. 
그래서 우리 아빠는 성공한 사람은 아니었다. 별탈없이 가족을 이루고 적을 안두고 둥글둥글하게 산게 성공이라면 소소한 성공자일까? 흔히 아버지 세대가 그렇다지만 아빠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평생 일했다. 아빠의 꿈이 뭔지, 어떤 사람인지 난 모르겠다. 그런게 있었을까? 단지 바빠서 잊고 살 뿐일까? 사람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잘 평가하면서도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평생 운전을 다양한 직업으로서 했다는것과 운전면허학원을 빨리 데려간게 아빠가 나에게 제일 잘한일이란 점이 단서이다. 아빠에게 여유로움을 선물하고, 인생에서 누려볼만한 아름다운 가치를 알려드리고싶다. 조용히 앉아있을수 있는 여유라는것. 다른 걱정없이 지금 현재와 눈앞의 대상만 볼수 있는 여유. 낭만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여유로운 차인 벤츠SL을 몰고 엄마와 드라이브를 나가는길을 배웅해보는게 내 꿈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엄마에겐 꿈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들은 타성적으로 살았다. 남들이 하는식으로, 인생의 길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던것같다. 결혼하고 애낳아서 잘 키우는거. 엄마도 아빠와 마찬가지로 대단한 인생철학은 없었다. 다만 엄마는 나와 동생, 아빠를 사랑했다. 그 증거로 엄마에게 인생에서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일이 무었이냐고 물었을때 “널 낳은거”라고 말한 것이다. 뭐 대단한 학벌이나 사상이나 통찰의 가치가 무의미해지는 부분이었다.
경제논리가 판치는 세상에선 자식은 부모의 가장 큰 부채고 부모는 자식의 큰 부채가 된다. 분명 인생은 논리와 이성이 전부가 아니라는 부분을 깨달을수 있었던 것이다. 엄마는 단순한 사람이었으며 가끔은 이해할수 없었다. 엄마는 그림그리는데 분명 소질이 있었다. 집에 남아있는 엄마의 그림엔 이제 순수한 엄마의 몰입과 꿈이 보인다. 엄마는 나에게 피아노학원을 5년간 보내주었다. 아빠의 운전에 이어서 엄마가 나에게 제일 잘한 일이다. 덕분에 난 지금까지 아름다움에 대해 좀더 잘 알수있고 느낄수 있게 됬다. 엄마는 시골출신 아빠와 다르게 도시문화를 좋아했다. 어렸을때 우리를 이곳저곳 많이 구경시켜줬고 4호선 수유역은 시내로 나가는 관문이었다. 수유역 맥도날드는 조기교육의 현장이었는데 외출하며 한번씩 맥도날드에 날 데려갔었다. (이게 문제의 시작입니다...) 지금은 인테리어만 바뀌었을뿐 모든게 그자리에 있다. 일년전 다시 그 옆으로 이사왔다는게 참 인생에 흥미를 더한다. 맥도날드에 가면 엄마는 분명 햄버거를 잘 먹지 않았다. 몇년 전에 안 사실인데 엄마는 햄버거를 싫어하지 않았다. 어쩌다 지나가는말로 엄마 햄버거 싫어하지 않냐는류의 얘길 하다가 당시에 돈을 아끼느라 따로 시키지 않았다는 말이 그것에 대한 답이었다. 거의 20년 만에 들은... 엄마는 감수성이 있었고 여유를 알았다. 엄마가 평생 일해온 댓가로 난 많은 좋은것들을 경험할수 있었다. 난 경험주의자다. 인생에 꼭 요트를 소유할필욘없지만 한번쯤 타보고 이게 어떤 의미인지, 인생에 어떤 가치를 주는건지 체험해볼 가치는 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여행을 가고싶어한다. 그런 경험들을 엄마 아빠에게 선물하는게 나의 유일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많은 가치있고 행복하고 좋은 것들을 향유하게끔. 이런걸 거창하게 효도라고하는데. 내가볼땐 아니다. 그냥 그들이 나에게 그런것처럼 그럴뿐.


생각날때 까먹기전에 미리미리 적어봤네요. 부모님 두분다 잘 계십니다. 그래도 내 유서보단 이걸 읽을날이 먼저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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