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30
喪主 -金振成
아버지는 신 앞에서 아들이 되고
아들은 죽음 앞에서 아버지가 된다
가끔은
시상이 떠오르지 않는 날도 있고
시를 생각하지 않는 날도 있고
펜을 잡은 내 손이 어색해지는 그런 날도
우리 아버지는
내가 골수검사를 받으려 했던 날
백혈병으로 허무하게 죽었다
아버지의 형제들은 남보다도 못했다
아버지는 더 초라해지려했다
위대함은 초라함의 동의어가 아닐까
3일 간의 나는 뭐랄까
잠깐 세상을 맛보았달까
친구도 읽었고
수능 50일과 완치를 앞두고
아버지를 곁에 두려하신 신의 사랑도 느꼈고
나의 짐을 나눠 질 수 없다는 것도 배웠다
섭섭함과 서운함과 고마움의 적절한 배합이라고 표현 할 수 있을까
자식은 부모를 원망하지만
부모는 자신을 원망한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우리 모두는 함께했던
그러나 사소했던 것을 기억하며 슬퍼한다는 것도
그 날, 십만원이 넘는 캐쥬얼 구두를 처음 신어봤다
다 찢어진 캔버스화
병원에 신고간 삼선 슬리퍼
그 날 생긴 그 구두가
내 아버지의 사랑일 수도 있다는 걸
나는 그 때 알았다